가방 정리를 하면서 문득 중학교 시절 가방 검사한 날이 생각납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어느 날 갑자기 전교생을 다 운동장으로 나가라고 했습니다. 저희는 영문도 모르고 다 운동장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각 반마다 다니시면서 가방 검사를 하신다고 했습니다. 시골 중학교라 남녀 공학이었고 학년마다 남학생 3반,여학생 2반으로 5반씩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의 고향 중학교가 작년 여름에 들려보니 전교생이 모두 40명 밖에 안된다고 했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왔습니다. 우리 때는 한 반에 70명 가까이 되었는데요. 시골에 젊은이들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있어도 너무도 자녀를 안 낳는다는 것이 현실로 볼 수 있었기에 아이들을 좋아하고 또 아이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라는 생각을 하니 답답한 마음도 들었던 때였습니다.
1000명도 넘는 전교생이 다 운동장에 나와 있었는데 아마 남학생들 중에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이 있다는 소문에 갑자기 검사를 하신 것일거라는 짐작을 했습니다. 시골 학생들이고 그 당시엔 정말 선생님이 가방을 검사한다고해도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고 순순히 검사가 끝날 때까지 잘 기다린 것을보면 참 순박한 세대들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남학생들 역시도요.가슴이 철렁 찔리는 학생들이 물론 있었겠지만요.
가방 검사가 끝났을 때 여학생들은 불미스러운 일이 전혀 없었고,3학년 남학생 중 몇이 담배가 나와서 선도부 선생님의 특별 훈시를 들어야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한 분이 3학년 선배 한 사람의 가방에서 저에게 쓴 편지를 여러장 발견했다면서 저에게 살짝 말해 주었습니다.이름도 모습도 전혀 모르는 선배님이었습니다. 같은 초등학교 선배면 몰라도 다른 학교 출신 선배 남학생은 특히나 모르는데 저를 어떻게 알고 여러통의 편지를 부치지도 않고 가방에 넣어 다니다가 붙잡혔나? 싶어서 그 선배가 궁금해졌습니다. 저가 반장이라서 교무실에 자주 갈 일이 있다보니 저는 몰라도 저를 아는 학생들은 있을 수가 있었겠다 싶었습니다. 아니면 저의 초등학교 선배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을 수도 있고요.
정말 어느 날 그 선배님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교복에 달린 명찰을 보고 알았는데 ,저는 전혀 선생님께 그 말씀을 못 들은 척 하고 지나쳤습니다. 그래도 저를 좋아해주는 선배라는 말에 누군가? 궁금해 했던 것을 보니 자기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한 것은 당연하다 싶습니다. 체육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종종 그 선배님이 나를 주시하고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보면 정말 창가에서 쳐다 보곤했습니다. 그래도 용기가 없었던지 그 선배님은 한 번도 편지를 보낸 적도 없고,직접 저 앞에 나타나서 관심을 특별히 보인 적은 없었습니다. 단지 지나다보면 그 선배님이 친구한테 고백을 했던지 그 선배 곁에 있는 친구가 자꾸 그 선배를 부축이면서 뭔가 말을 하려고 한 모습은 몇 차례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같은 학년의 한 남학생이 저를 좋아한다면서 뒤를 쫓아 오곤했습니다. 이 학생도 다른 초등학교를 나온 학생이었습니다. 그래도 전혀 귀찮게 하지 않았고 그 동창의 친구가 편지를 건내 주려고 애썼습니다. 저는 남들이 보는 앞에서 편지를 받는 것도 마음에 안내켰으니 당연히 받질 않고 못들은척 했고 또 그런 식으로 다가오는 아이한텐 더욱 관심이 없었습니다.
청년이 되고서야 알았는데 같은 초등학교 동창들은 저가 6학년 때 전학 온 한 친구를 혼자 말없이 좋아했듯이 저를 또 혼자 좋아하며 말하지 않고 지냈던 몇 몇 동창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몇 해 전에 동창이 말하기를 그 당시엔 저를 쳐다 볼 수 없는 나무로 생각했다고합니다.저는 공부를 잘하고 자기는 공부를 잘 못해서 그랬다고합니다.참 순박한 시골 소년의 고백을 들으면서 참 즐거운 시간을 갖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동창의 말처럼 아마 중학교 때 그 선배님도 저가 반장이고 공부도 잘하고 하니까 자신이 좋아는 해도 선뜩 다가가기는 어려운 학생으로 보였던가 봅니다. 학창 시절엔 공부 잘 하는 아이가 인기가 있고 특히나 좁은 시골에서는 그 부분이 더 들어 나니까 그러할 수도 있었겠다 싶었습니다.
청년 때는 저가 예수님을 믿게 되었기에 무엇보다 예수님 잘 믿는 사람을 만나서 사귀길 바랐기에 그리고 초등학교 동창들은 정말 고향 동창 이상으로 따로 여겨지지 않았기에 사귐을 개인적으로 가까이 이성 친구로는 만나질 않았습니다. 저희 언니와 오빠가 초등학교 친구랑 결혼해서 너무도 잘 살고,참 좋은데도 저는 고향 친구들은 그냥 동창외에 달리 느껴지진 않았습니다.저가 좋아했던 동창이 6학년 때 전학와서 중 1 때 어디론가 전학가고 소식을 몰랐기에 다른 아이들은 저의 마음에 들어 오기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신기하게도 저의 마음에 혼자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 어떤 사람의 관심도 저는 받아 들여지지 않았고 마음이 열리지가 않았습니다. 짝사랑!하면서 늘 일기 속에서 만나는 기간이 참 오래도록이었습니다.하하하.... 오랫동안 잘 아는 동창들보다 1년 반 정도 밖에 알지 못했고 직접 둘이서 제대로 대화도 안 나눠 본 동창을 저가 마음 속 깊이에서 좋아했습니다. 우리의 성장 단계에서 볼 때 저는 6학년 때 처음으로 이성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생겼고 그 아이가 전학 오면서 그 아이를 통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고향을 방문했을 때 중학교 동창들 10명 정도를 함께 만났습니다. 멀리 전라도에 가서 사는 남자 동창도 대구 사는 남자 동창도 와 줘서 감사했습니다. 이 동창들은 다 예수님을 잘 믿게 되었고 믿음의 형제들로 서로 연락하며 지낼 수 있는 친구여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안동에 남아 있는 친구들과 함께 안동댐도 가보고 월령교 근처에서 맛있는 밥도 먹었습니다. 함께 초등학교 때 자기가 좋아했던 아이들 이야기를 하면서 웃음 바다가 터졌습니다. 50이 넘어서 옛 이야기들을 즐겁게 터 놓으며 함께 그 시절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었기에 감사합니다.
가방 정리를 아침에 하면서 중학교 때, 모습도 복스럽고 의젓했던 나를 좋아한다며 가방에 부치지 못한 몇 통의 편지를 넣어 다니던 선배 모습이 떠오릅니다. 감사하게도 가방 검사를 했던 선생님께서 들어내지 않으시고 조용히 다시 넣어 주셨던 것도 감사합니다. 그 사실을 저에게 알려 주신 선생님을 생각하면 참 감사합니다. 그 선배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시고 또 챙피 당하지 않게 편지를 그대로 잘 넣어 둔 것이 감사합니다. 그 선배님은 운동장에 서 기다리는 동안 자기가 쓴 편지가 발각되어 혹시라도 소문이 나면 어쩌나? 많이 마음 조렸을텐데요.
저도 나이가 들었나봅니다. 매일매일 감사하는 일들 뿐이고 정말 모든 것이 감사합니다. 오래 전 기억 속에서도 너무도 무심하게 지냈던 일들 속에서도 나를 특별히 기억해 주고 특별한 마음으로 사랑해 주었던 저가 미처 몰랐던 그러나 저를 많이도 생각해 주었던 사람들이 생각나서 참 감사합니다.
어린 시절과,청소년 시절,그리고 청년 시절! 아름다웠던 그 시절!을 기억해봅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한 걸음,한 걸음 걸어 오는동안 사랑 받게 하시고 또 사랑하며 살아 오게 하신 삶들을 감사합니다.
저의 무관심과 무반응으로 마음 아팠을 사람들께 미안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또 함께 담아 드립니다. 그리고 또 감사합니다. 내게 그리움과 사랑을 느끼게 하시고 또 혼자서지만 많이많이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던 청소년기가 있었음을 감사합니다.
정말 모든 것이 하나님 은혜라는 고백이 저절로 됩니다. 그 당시는 예수님도 믿지 않았고 미션 스쿨이어서 그냥 교과서로 알고 배웠던 성경이었고 그냥 역사책의 하나로만 여겼던 그 성경 말씀이었는데 그 때도 하나님은 저를 너무도 사랑하셔서 한 걸음,한 걸음마다 스스로 또 잘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셨습니다. 이것이 어찌나 감사한지요. 그 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정말 모든 것이 하나님 은혜입니다.
그 때는 마음이 아프기도하고 힘들기도 했는 청소년기의 걸음들을 슬기롭게 또 용감히 잘 딛고 걸어 오게 하신 힘이 저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음을 고백하며 감사합니다.
저가 그리워하며 좋아했던 그 소년도 또 저가 괜찮게 생각하고 관심이 갔던 사람도 그리고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고 위해주고 관심을 갖어 주었던 또래의 많은 사람들!!! 모든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이성적인 느낌의 그 사랑이 아닌 진심으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저의 기억 속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며 축복합니다.
인생은 정말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오늘 저가 있기까지 만났던 한 분 ,한 분 모두를 주님 이름으로 사랑하며 축복합니다.
저의 마음에 가득 찬 예수님으로 인해 세상이 유혹하는 소리들에 관심이 끌리지 않음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나중에 주님께서 저의 가방을 검사하시면서 저의 가방 속에 담긴 삶의 메세지들을 후세에 자랑스럽게 전해 줄 수 있는 삶이 되길 기도하며 또 그렇게 살아 갈 수 있는 은혜와 지혜 얻길 기도하며 하나님께 더욱 가까이 나아 갈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2015,11,18,수요일 아침에,가방 정리를 하던 중에 떠오르는 기억과 ,삶이 아름다움을 고백할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