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할머님과 군자란
이모 할머님과 군자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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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6일 화요일 .영하 3도인 저녁에.
창가에 둔 군자란을 돌보면서 할머니가 많이 생각이 났다. 이렇게 할머니께서 주신 군자란은 먼 땅까지 와서도 잘 지내고 있는데 우리 할머니께선 다신 뵐 수 없는 분이 되셨다는 것이 많이 마음이 아프다. 더구나 소천하신 소식을 접하고도 멀리서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마음 뿐이고 가 뵙지도 못했으니 더욱 죄송함 뿐이다.
지난 토요일 아침 9시에 할머니께서 천국으로 여행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큰 서방님이 전해 주셨다. 아버님과도 통화를 하니 조의금도 우리 것과 같이 한꺼번에 하신다고 안심하시라고하셨다.
92세이신 할머니는 2년 전 대장암이 발견 되기 전까지 건강하게 기도 하시는 할머니로 사셨고 최근에 급격히 나빠지시지 전까진 암에 걸리셨어도 그만하셨고 이번 여름에 한국에 나가 뵈었을 때만해도 말씀하시는 것과 기억력을 비롯한 모든 것이 내가 염려했던 것 보다 나으셨기에 안심이 되었었는데.........
연세가 드신 분들은 암도 서서히 진행이 된다고 들었는데 그동안 큰 고통없이 지내시다가 최근에 많이 안 좋아 지셨고 한 3주 이상 영 드시지를 못하셔서 모두들 할머니께서 곧 이별하실 것 같다는 마음 준비는 했지만 막상 일을 당하고 나니 아쉬움이 크다.
아쉬움 중에도 나는 지난 번 가슴 아프게 떠나 보내드렸던 아주버님 때와는 정말 다르게 '우리 할머니. 정말 천국 여행 잘 떠나셨다'싶은 생각으로 마음이 담담해져왔다. 할머니께서 많이 고통이 오기 시작할 무렵이었는데 편안한 주님 품에서 잘 쉬시는 것이 할머니를 위해 오히려 좋은 일이라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축하를 해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땅에서 다시 뵐 수 없다는 것이 그리고 늘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시던 든든한 할머님을 뵙지 못한다는 생각에 더구나 가 뵙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더욱 요며칠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조금 전에 아버님과 통화하니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잘 마무리 되었다고 하신다. 자녀가 없으신 할머니셨는데 양자로 두셨던 아드님이라도 계셨던 것이 그나마 든든하게 전해져왔고 이번에도 목사님을 비롯하신 교회 식구들에게 사랑의 빚을 우리 가족들은 또한 많이 지게 되었다.
할머니 곁에서 늘 여러모로 자상하게 딸처럼 챙겨주시고 힘이 되어 드리던 고모님께 다시금 큰 감사가 인다. 우리 아버님과 아주버님 일에도 늘 사랑으로 함께 해 주시고 형제들과 화목하게 하시는 귀한 고모님이 계셔서 많이 위로를 받고 든든했다. 큰 아버님과 우리 아버님 그리고 작은 아버님 역시 할머님께 따듯한 사랑으로 늘 함께 해 주셨고 친척들 중에도 특히 고모님 댁 서방님들 가족이 할머님께 착하게 잘 해 드렸다. 나는 멀리 있다보니 자주 통화 하면서 우리들의 안부를 전해 드리는 것으로 할머님께 기쁨을 안겨 드리는 것 외엔 달리 잘 해 드리지를 못했다. 최근 3달 가까이 할머님과 통화를 잘 할 수 없었던 것은 그만큼 할머니께서 많이 힘드신 때였다는 뜻이다. 방에서 바로 전화를 받으시질 못하셨기에....
나는 크면서 할머니가 없었다. 아버지께서 43살에 나를 낳으셨기에 우리 부모님은 친구들의 조부모님 정도의 연세셨기에 그러했다. 시집오니 아버님의 이모님 즉 남편의 이모 할머님이 계시는데 얼마나 좋던지 몰랐다. 자녀 없이 계시던 할머니셨지만 남편 형제들을 비롯한 사촌 형제들 모두 자식처럼 얼마나 사랑하고 아껴주시던지 늘 마음을 터 놓을 수 있고 기도를 부탁드릴 수 있는 좋은 할머니셨다.
이제 그 사랑과 기도로 늘 우리의 후원자가 되셨던 할머니와 통화도 못하고 다시 뵐 수 없다는 것이 많이 마음이 아프지만 천국에 가신 할머니를 우리는 언젠가는 다시 만나 뵐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감사하다. 주님 곁에서 늘 우리들을 위해 기도하실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편안히 안식하시길 간절히 기도드린다.
내년 봄에 군자란이 꽃을 피울 시기가 되면 우리 할머님도 천국에서 새롭게 꽃을 피우시고 계실 거란 기대를 하면서 아쉬움과 죄송함과 감사가 함께인다.
살아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가상의 유언을 쓰는 과제를 마무리했다. 남편과 아이들, 친정엄마,시부모님,친정 형제들,시댁 형제들,그리고 목사님과 나를 아는 이웃들에게 일일이 전하고 싶은 사랑의 말들을 정리하는데 주르르 눈물이 흘렀다. 비록 가상으로 쓴 것이지만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새로운 감사가 일었다. 내가 천국을 소유한 사람이란 것이 나를 이렇게 소망과 담대함으로 살게 한다는 것이 너무도 감사했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우리 주님 품안에서 편히 쉬세요. ------------------------------------------ 할머니를 생각하며전에 쓴 일기가 있어 함께 옮겨 두었습니다.감사합니다. -------------------------------------------------------------- -할머니와 군자란-
2005년 2월 9일 수요일 ,눈이 내린 설날 밤에. |